여론조사

조선일보, 박근혜 경선승리를 예고했다?

goldking57 2007. 8. 4. 14:15
조선일보-TNS 여론조사와 동아일보-KRC 여론조사에서 박근혜가 이명박에게 '당심'과 '민심' 모두 뒤진 것으로 나오자 박근혜 지지자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온 모양이다. 아니,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조작질에 당한 것이 어디 한두번인가? 필자가 늘 강조하듯이 수치를 보지 말고 그 행간에 담긴 추세와 의미를 찾아야한다. 왜냐하면 조선일보가 제목에서 '이명박 밀어주기'를 할 수는 있지만 그 내용 자체를 왜곡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조선일보 여론조사의 베일을 하나씩 벗겨보자.

먼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한달 전인 6/30일 조선일보-TNS 조사와 비교해보면 이명박은 선호도에 있어서 39.4에서 36.6%로 지지율이 2.8% 떨어져 하락세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소한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만큼은 선호도 조사에 있어서 항상 40% 가까운 지지율이 나왔는데 이제는 조선일보에서조차 '魔의 35%'에 근접해가는 모습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박근혜 지지율도 27.6%에서 25.9%로 1.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명박 하락 폭보다는 적어 한달 전과 비교할 때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11.8%에서 10.7%로 좁혀졌다. 지지도 조사에 있어서도 두 사람 격차는 10.4%에서 9.5%로 좁혀졌다. 이명박의 하락세와 지지율 격차 축소라는 추세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바로 지역별 지지율 추이다.

서울특별시 : 이명박 46.2% (-1.7%) 박근혜 22.9% (+4.7%) => 李 우세, 지지율 격차 축소
인천 / 경기 : 이명박 36.7% (-1.3%) 박근혜 21.6% (-6.6%) => 李 우세, 지지율 격차 확대
대전 / 충청 : 이명박 19.3% (-12.0%) 박근혜 36.1% (+3.8%) => 朴 우세, 지지율 격차 확대
광주 / 전라 : 이명박 21.8% (+0.4%) 박근혜 7.6% (-4.0%) => 李 우세, 지지율 격차 확대
대구 / 경북 : 이명박 44.3% (+5.1%) 박근혜 36.1% (-7.1%) => 朴 우세에서 李 우세로 반전
부산 / 경남 : 이명박 33.7% (-3.4%) 박근혜 33.1% (+2.1%) => 李 우세에서 초박빙으로
강원 / 제주 : 이명박 28.3% (-15.2%) 박근혜 37.5% (+15.8%) => 李 우세에서 朴 우세로 반전

서울에서는 박근혜가 이명박을 맹렬히 추격하는 모습이고, 인천/경기와 호남에서는 이명박 우세가 계속되고 있다. 대단히 흥미로운 것은 대전/충청이다. 특별한 이슈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달만에 이명박 지지율이 12%나 하락했고, 박근혜 지지율이 이제는 이명박의 '더블스코어'에 육박하는 양상이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모든 여론조사의 경우 1~2개월 전부터 충청에서의 박근혜 두자릿수 우세가 불변의 트렌드였음을 감안할 때 조선일보가 뒤늦게 이같은 추세를 따라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부산/경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근혜가 5~10% 우세를 점하고 있었던 만큼 '초박빙'으로 나타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강원/제주의 경우 한달만에 무려 30%가 넘는 지지율 변동이 있었지만 표본규모(40명)이 워낙 작은 측면이 있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제주 순회경선의 약발이 어느 정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여론조사에서 대단히 흥미롭게 나타난 것이 바로 TK 민심이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명박으로의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에서 7% 빠진 표가 이명박에게 5% 넘어가버림으로써 박근혜 우세가 이명박 우세로 바뀌었다. 다른 모든 여론조사에서 TK 만큼은 박근혜가 15~20% 앞서있음을 감안할 때 대단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에 조선일보가 처음으로 실시한 당원 여론조사를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당원에 있어서는 TK에서 박근혜가 이명박에게 55.7%대 30.2%로 25% 앞서있는 것으로 나왔다. 당원 조사에 있어서는 다른 여론조사의 트렌드와 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아니,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본거지인 TK에서 '당심'과 '민심'이 극도로 괴리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경상도 사람들이 통합민주당이나 대통합신당을 지지할 리도 만무하고 그야말로 사실상 한나라당 일당제와 다름이 없는데 어떻게 이곳에서 '당심'과 '민심'이 다르게 나타날까? 이곳이야말로 '당심'과 '민심'이 사실상 구별되기 어려운 곳이 아니었나?

결과적으로 놓고 볼 때 이번 조선일보-TNS 여론조사는 최근 나왔던 다른 여론조사 트렌드와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충청, PK에서의 지지율 조정이 불가피했고, 그와같은 상황에서 TK에서의 박근혜 우세를 그대로 두다 보니 이명박 지지율 하락 폭이 예상 외로 커지고 박근혜와의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 연출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TK 지지율 조정으로 가까스로 막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당원 조사에 있어서 압도적 이명박 우세지역으로 분류되었던 호남에서 39%대 30%, 인천/경기에서 44%대 37%, 서울에서 44%대 28%로 박근혜가 의외의 선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들 지역에서의 범여권 지지층의 '역선택'이 극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정황증거라고 볼 수 있으며, 경선에 참여하게 될 일반국민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충성도와 연령별 특성(50대 이상이 20~30대 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옴)을 감안할 때 실제 투표 결과에 있어서는 박근혜의 득표율이 훨씬 더 올라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같은 데이타를 종합해볼 때 박근혜는 20(대의원):30(당원):30(일반국민):20(여론조사)의 황금분할 비율 중 60%(당원+일반국민)에서 이미 우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20(여론조사)에 있어서는 한자릿수 박빙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 격차가 5~7% 수준이고, 경선날짜가 임박할 수록 그 격차가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높음을 감안할 때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균형추가 이미 기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는 1.2% 차이로 근접한 당원 여론조사를 공개하면서도 이미 명단이 확정된 일반국민에 대한 조사는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20(대의원):30(당원):30(일반국민):20(여론조사) 비율 중 여론조사를 제외한 나머지 80%는 명단이 모두 확정된 상태인데 왜 대의원과 당원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면서 일반국민에 대해서는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을까?

혹시 당원 조사에서 1.2%로 격차가 좁혀진 상태에서 일반국민 조사에서 박근혜가 이명박에게 역전한 것으로 나온 결과가 공개되기를 두려워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이번 조선일보-TNS 여론조사 결과가 도리어 박근혜의 경선 승리를 예고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비록 '이명박 우세'라는 컨셉으로 여론조사를 정리하여 발표했지만 거센 민심의 변화를 조사 과정에서 피부로 느낀 조선일보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 본다. 과연 진짜 민심이 무엇이었는지는 앞으로 전개될 조선일보의 논조를 보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