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권

한나라 안팎서 ‘분당 위기론’ 불거지는데…

goldking57 2007. 4. 30. 11:34
  • 한나라 안팎서 ‘분당 위기론’ 불거지는데…
  • 2007년 대선 들여다 보기
    線넘은 인신공격… “黨위기 형언할 수 없는 지경”
  • 박두식 기자 dspark@chosun.com
    입력 : 2007.04.30 00:57
    • 최근 한나라당의 분당(分黨) 가능성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이자, 한나라당의 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당 대표의 싸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4·25 재·보선 참패와 이에 따른 내분 사태가 빚어지자, 당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이러다 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양측의 공방은, 같은 당에 속한 ‘선의의 경쟁자’라고 보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인신 공격에 가까운 비난이 일상화돼 있는 것이다. 상대편 주자를 가리켜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사람”이란 얘기를 거침없이 쏟아내는가 하면, 상대 진영의 의원들에겐 ‘파렴치범’ ‘싸가지 없는 ×’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심지어 같은 진영에 속한 의원이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박쥐’ ‘간첩’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 양 캠프 관계자들은 상대편의 작은 공격에도 “당을 깨자는 거냐”라고 반격하기 일쑤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두 주자의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한나라당 안팎의 제어 장치가 부분적으로 작동했었다. 당 지도부의 호소도 먹혔고, 양 진영도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가 최우선 과제”라는 인식을 보였다. 무엇보다 양측 모두 ‘국민의 눈’을 의식했다. 그러나 올 들어 모든 게 변했다. 이명박, 박근혜 양 캠프는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상대편에 대한 신뢰도 사라졌다. 상대편을 대선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동료라기보다는, 눈앞에 닥친 당내 경선이란 전투에서 물리쳐야 할 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가져온 가장 큰 이유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조차 이변(異變)이라고 부르는, 높은 지지율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4·25 재·보선에서 패할 때까지 1년 가까이 50% 안팎의 당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의 지지율 합계는 한때 70%대에 이르기도 했다. 반면 대선에서 이들과 겨룰 범(汎)여권에선 5%를 넘는 후보조차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누구든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서 비롯된 오만이야말로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첫 번째 이유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양측은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따져보고 그 해법을 고민하기보다는 패배의 책임 소재 및 당권(黨權)의 향방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한나라당 내분 사태는 30일 1차 고비를 맞는다. 이날 강재섭 대표가 내놓을 당 쇄신안을 양측이 수용할지 여부에 따라 내분이 확산되느냐, 아니면 일단락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강재섭 대표의 쇄신안에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하면 당이 지탱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한쪽이 무너지면 당이 유지가 안 된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양측의 대결은 이제부터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이번 내분 사태를 수습한다고 해도 대선 후보 경선 룰 협상, 네거티브(비방·음해) 공방 등 대형 암초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경선 룰은 8월 20일 이전에, 선거인단 20만 명 규모로 경선을 치른다는 큰 틀의 합의만 있을 뿐 세부 사항에 대해선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또 필요에 따라 언제든 네거티브의 칼을 뽑아들 태세다. 이 과정에서 조금만 삐끗해도, 양측 사이엔 전면전이 벌어지고 자칫 분당으로 치달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장인 임태희 의원은 “한나라당의 위기가 형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고, 전여옥 의원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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