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박정권

종부세, 폐지가 정답이다

goldking57 2008. 9. 26. 01:34

시론] 종부세, 폐지가 정답이다
제정 경위 보나 효과로 보나
재산세로 환원하는게 타당
임주영·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

▲ 임주영·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
촛불집회가 한바탕 휩쓸고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종부세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뭔가 한마디 할 수 있는 장소라면 언론이건 인터넷이건 찬반논쟁으로 뜨겁다. 모든 국민이 이렇게 열심히 세금을 공부하고 토론하니 뭔가 생산적인 결론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진행됐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현재 상황을 마냥 지켜만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어찌 된다더라는 괴담으로 시작된 쇠고기 논란은 결국 뭐가 진실인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난장판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종부세 논란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초기의 강남 집값 상승에서 시작되었다. 분배를 앞세워 집권한 입장에서 지가(地價) 상승, 특히 강남 집값 상승은 반드시 막아야 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초의 종부세 괴담들이 만들어졌다.

인구 1%가 토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재산세 부담이 선진국 절반 수준이며, 그동안의 부동산정책은 강남 사람이랑 차 마시며 만든 것들이란 식의 괴담들이 회자되었다. 보통사람들의 박탈감에 불을 붙일 만한 내용들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부동산에 대한 중과세를 통해 투기억제, 지역 균형발전, 소득 재분배를 기한다는 목적으로 종부세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세금을 통해 한 가지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기가 힘든 현실에서 종부세와 같은 다목적 세금이 바람대로 기능하기는 어렵다. 우선 세금으로는 부동산투기를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은 굳이 경제이론을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의 지난 역사가 증명해 준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양도소득세 등 갖가지 세금을 동원했지만 효과는 낮고 부작용은 컸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부동산 시장 안정은 종부세 덕분이 아니라 3년 내내 쏟아낸 엄청난 규제와 조치들로 '시장이 죽은'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종부세를 통하여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기도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서 세금을 걷어 낙후된 지역에 나눠준다는 논리가 일견 그럴듯하다. 그러나 세금이 아무리 정교해도 부자만을 족집게처럼 골라낼 수는 없다. 억울한 납세자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종부세 부과 이후 강북지역에서 터져 나온 비명소리와 맞벌이 가구, 노인들의 한숨소리가 좋은 증거이다.

그러면 이처럼 제대로 기능도 못하는 종부세를 놓고 격렬한 찬반논쟁이 불붙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종부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심각한 빈부격차 속에서 살고 있는 보통사람들에게 종부세의 부유세(富裕稅)적 성격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로 보일 것이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상위 1%만을 위한 조치, 부자의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식의 2차 '종부세 괴담'이 최근 유포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종부세는 부유세로서의 기능 역시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세금이다. 부유세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차액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금인데, 종부세는 부채를 차감하지 않고 과세하니 대출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의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금융자산이 제외되어 부동산과 금융자산 간에 심각한 차별이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반 쪽짜리 부유세도 못 되는 종부세는 폐지하여 재산세로 환원하는 것이 타당하다. 차라리 국민 동의를 얻어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괴담 수준의 의혹제기에서 벗어나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정부의 공신력 회복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종부세를 옹호하는 각종 통계와 사례를 주물러 만들더니 정권이 바뀌자마자 정반대되는 통계와 사례를 만들어내는 정부 행태야말로 우리 사회를 괴담 속에 영원히 머물게 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