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박

칼날 위에 선 이명박과 검찰

goldking57 2007. 7. 16. 00:25


[광화문에서/권순택]칼날 위에 선 이명박과 검찰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금 칼날 위에 서 있다. 검찰이 이 씨와 친인척들의 부동산 및 재산 관련 의혹을 전면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의 운명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천당과 지옥으로 갈릴지도 모른다.

칼날 위에 서 있기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 씨의 처남인 김재정 씨가 고소를 취소하지 않는 한 이 씨 관련 의혹들을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김 씨가 고소를 취소해도 검찰은 정보 유출 과정과 후보자 비방, 흑색선전 같은 선거법 위반 여부는 계속 수사할 것이다. 결국 수사의 공정성과 적정성에 따라 검찰 운명도 갈릴 수밖에 없다.

이 후보 캠프나 김 씨는 검찰 수사로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이 씨가 한나라당 후보가 돼도 본선 결과를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씨가 검찰 수사를 반대하면서도 처남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이 씨와 검찰의 지금 상황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으로 이 후보와 검찰이 처했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김대중(DJ) 대통령의 측근들과 아들들의 비리로 정권 재창출이 물 건너간 듯했던 2002년 5월 21일. 오마이뉴스는 “이회창 후보 측이 1997년 대선 때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관련 기록을 파기하고 변조한 의혹이 있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띄웠다.

뒤늦게 정치공작 전문 사기꾼으로 밝혀진 김대업 씨가 제기한 의혹은 DJ의 두 아들 구속과 여당의 6·13지방선거 참패 그리고 월드컵 열기에 묻혀 버리는 듯했다. 그러나 의혹의 불씨는 두 달 뒤 되살아났다. 김 씨가 7월 31일 이 후보와 한나라당 당직자 4명을 서울지검에 고소하고, 한나라당도 김 씨를 고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서울지검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에 착수해 3개월을 끌다가 결국 “병역 의혹은 신빙성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김 씨는 잠적한 뒤였고, 친여 방송과 신문이 그동안 부풀려 놓은 의혹은 검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었다. 수사 결과 발표 직후 갤럽 여론조사에서 ‘수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무려 67.7%나 나왔을 정도다. ‘납득이 된다’는 응답은 고작 23.4%였다. 검찰 수사가 이 후보의 무죄를 입증해 줬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김 씨는 대선이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끝나자 2003년 1월 13일 검찰에 나타나 구속됐다. 그는 200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10개월이 확정돼 교도소 신세를 져야 했다.

이런 결과는 조작된 의혹을 확대 재생산한 친여 언론과 시민단체, 여권의 공조가 결정적이었지만 정치검찰의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나온 입증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연일 언론에 공개하고 수사를 장기간 지연시켰다.

정치검찰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 수사를 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야당의 유력 주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5년 전 ‘병풍() 수사’처럼 돼선 안 되는 이유는 충분하다. 이 후보 의혹 사건 수사는 칼날 위에 선 검찰이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는 계기가 돼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