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view님의 블로그

김명민과 정운찬, 그리고 ‘간성혼수’의 나라

goldking57 2007. 4. 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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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민과 정운찬, 그리고 ‘간성혼수’의 나라


오늘 아침 ‘두 남자’의 인터뷰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한 남자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는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진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또 한 남자는 나를 짜증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지난 주말 대단원의 막을 내린 MBC 드라마 ‘하얀 거탑’의 주인공을 맡았던 김명민과 ‘범여권 대선 후보’가 될 듯 말 듯, 요리조리 재고 있는 정운찬이 바로 그 ‘두 남자’이다.


무슨 연령차별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35세의 김명민과 61세의 정운찬이 독자에게 어필하는 ‘감동의 힘’은 나이에 반비례하는 것 같다.

아니 이건 비단 ‘물리적인 나이’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그 두 남자가 얼마나 진솔하게 독자들을 사로잡느냐 에서 비롯된 결과인 것 같다.

말하자면 ‘진정성’의 문제인 것이다.  


김명민은 무엇보다도 솔직하고 겸허하게 자신이 최선을 다해 연기해낸 장준혁과장에 대한 아쉬운 소회를 이야기해 독자들에게 박수를 받는 것 같다.

오랜 무명시절 끝에 지난해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김명민은 ‘무명의 설움’이 자양분이 되어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남자다.


‘의사보다 더 의사 같은’ 김명민의 연기를 보면서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그에게 ‘진찰’을 받아보고 싶다는 착각을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그가 ‘하얀 거탑’에서 보여준 탁월한 연기는 TV드라마에서나마 위안을 얻는 우리네 서민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주었다.


이상하게도 ‘야망’ 에만 불타는 나쁜 사람 같은 ‘장준혁 과장’에게 많은 시청자들이 심정적 지지를 보낸 것도 아마 이 김명민의 혼신을 다한 연기력 덕분이었을 것이다. ‘장준혁 과장’의 죽음 앞에 눈물을 흘렸다는 30,40대 남성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명민은 요즘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적 아이콘’으로 떠오른 ‘장준혁’이라는 인물을 거의 완벽하게 연기해내면서 힘없는 국민들에게 ‘힘’을 선사했다. 장준혁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그 드라마에 빠져든 남성시청자들이 꽤 많다고 한다.


어려운 가정에서 국립대학병원 과장자리까지 올라간 장준혁은 마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 중독의 남자 같다. 어쩌면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야말로 세계가 경탄했던
‘자수성가한 나라’가 아닌가!


‘하얀 거탑’에서 어렵사리 도달한 정상에서 바로 허망하게 죽어가는 장준혁을 치열하게 보여준 김명민 본인은 드라마가 끝나자 거의 ‘자살 충동’마저 느낄 정도로 허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장준혁이고 싶었다’는 그의 소감에서 뭉클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그런 감정이 드라마 ‘하얀 거탑’을 성공으로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는 일본판  ‘하얀 거탑’의 주인공보다 훨씬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죽하면 원작자인 올해 83세의 소설가 야마사키 도요코 할머니가 “김명민이 보고 싶다”는 말을 했을까.


‘하얀 거탑’은 지난해 재미있게 봤던 ‘연애시대’이후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다. ‘연애시대’가 감정을 나이브하게 만들었다면 ‘하얀 거탑’은 인생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장엄하고 비장한 정서를 맛보게 한 드라마다.


김명민이라는 연기자는 뛰어난 미남은 아니지만 배역에 따라 놀랍게 ‘변신’하는 그 연기력으로 인해 아마도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반면 서울대 총장 출신의 정운찬은 그에 대해 아무 편견 없는 일반 국민들에게 점차 ‘믿기 어려운 정치인’ 같은 인물로 비쳐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정운찬을 다룬 “대학 총장도 정치 잘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신문 기사는 사람을  짜증스럽게 했다.


지난해 서울대학 총장직을 떠나기 몇 달 전부터 그는 서서히 ‘정치’쪽으로 관심의 방향을 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을 잊지 않고 해왔다. 별별 소리를 다했었다.


오늘 아침 정치면에 실린 ‘정운찬 인터뷰’에서 그는 “대학 총장이라고 정치 못하나, 대학 총장도 정치 잘 할 수 있다” 면서 “대학 총장이라고 정치를 못한다는 말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드디어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말해왔지만 또다시 자신이 ‘충청도 출신’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충청도 출신이라 덕 본 것 많아 갚으려 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또 충청도 사람이 말은 느리고 행동은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생각은 신중하게 하고 행동은 빠르고 과감하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충청도 사람 예찬론' 비슷한 말도 했다. 정치인이 다 된 것 같다.


언젠가 텔레비전 뉴스에서 우연히 본 그는 “충청인으로서 충청도를 위한 일이면 뭐든 하겠다”는 발언을 했었다. 그 장면을 본 대부분의 ‘비충청인’들은 아마도 ‘역감정’을 느꼈을 법하다.


명색이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인사가 수시로 ‘충청인’을 강조하며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지각 있는 국민들이라면 거의 모두가 그토록 진절머리 내면서 싫어하는 게 바로 이 ‘지역감정’아닌가.


오죽하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뿌리 뽑아야한다는 캠페인이 선거 때마다 나오겠는가. 그런데 지금 자신이 ‘대권’에 뜻을 두었다는 것을 벌써부터 솔솔 냄새를 피워오고 있는 ‘신인 정치인’ 정운찬은 뭐 그리 배울게 없어서 기성정치인들의 가장 못된 버릇인 ‘지역감정’에 기대는 것부터 배우려 드는지...


여기에 한 술 더 떠 정운찬은 자신이 “겉으로 드러난 학력은 화려해 보이지만 엘리트주의자는 결코 아니다. 서울로 올라와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평일에 밥을 먹은 적이 없다. 죽· 수제비· 미군부대에서 주는 옥수수 가루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다”는 말까지 했다.


거의 ‘앵벌이 정치수법’이라고나 할까? 대권도전하려면 그런 궁상스런 이야기로 감성적 어프로치를 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산뜻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뭐랄까 '어설픈 연기'같은 게 느껴진다.


아무튼 오늘 조간신문에서 한 젊은 남자와 한 중년 남자에 대한 인터뷰기사를 보면서 당분간 정치이야기는 우리 블로그에서 다루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아무래도 잠깐 짚고 넘어가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거탑’도 의사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정치와 인간’을 다루었듯이 ‘정치는 거의 공기 같은 것’이어서 아무리 그 존재를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것 같다.


평범한 소시민이 왜 정치를 공기 운운하냐고 힐난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살아갈 수록 이 ‘정치’라는 게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도 ‘직결’될 수 있다는 걸 체험하면서부터 정치 분야에는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그래서인지 ‘정치의 계절’을 맞이한 올해 들어서부터는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소위 ‘예비 대선후보’ 로 꼽히는 이런저런 인사들의 언행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언행을 보고 있으면 마치 또 한편의 ‘하얀 거탑’을 보고 있는 착각마저 든다.


‘하얀 거탑’의 마지막 회에서 죽음이 임박한 장준혁과장의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고 지켜보던 동료 의사들은 그에게 ‘간성혼수’가 온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이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인터넷 검색창에는 ‘간성혼수’가 검색어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죽음 직전에 ‘간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엉뚱한 언행을 하는 것이 간성혼수의 특성이라고 한다. ‘하얀 거탑’의 장준혁도 후배들에게 ‘수술 차트’를 가져오라거나  신문을 거꾸로 들고 읽는 둥 이상한 언행을 보여 주위사람들과 시청자들을 울린다.


드라마는 끝났는데도 ‘간성혼수’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문득 지금 대한민국이야말로 중증 ‘간성혼수’의 증상에 시달리고 있지 않나 싶다.


올해 84세로 1주일에 두어 차례 신장투석을 하고 지낸다는 김대중전대통령은 마치 죽음직전의 장준혁과장이 수술차트를 가져오라고 했던 것처럼 여전히 ‘현실 정치’에 강도 높은 발언을 하고 있다.


‘대권도전을 꿈꾸고 있다’는 한명숙은 총리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서울 동교동의 DJ자택을 방문해 3시간이나 ‘밀담’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녀에 대해서는 지금 열린당쪽에서 한나라당 박근혜의 대항마로 그녀를 내세우려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표줄 국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DJ의 차남 김홍업은 ‘대통령 아버지’의 재임시절 기업체로부터 33억원을 받아 감옥에까지 갔다 왔으면서도 이번 4·25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아버지의 고향인 전남 신안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출마야 본인의 자유겠지만  상식적으로 그의 출마는 파렴치한 범주에 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에 전남지역 52개 시민단체가 그의 출마에 반대의견을 표명했을 것이다. 그래도 본인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합의 밀알이 되고 싶다’는 갸륵한 뜻을 천명했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구를 잃은 한화갑은 ‘주군의 아들’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김영삼전대통령은 며칠 전 한나라당 예비 대선후보인 이명박의 출판기념회에 그의 손을 잡고 입장해 묵시적으로 지지선언을 보냈다고 한다.


부전자전이라고 YS의 차남 김현철은 누구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소냐 하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를 벼르고 있다는 것이다. 가히 대통령 아들들의 대리전 양상이 벌어질 것 같다. 그도 수십억원을 챙기고 아버지 재임시절 수감된 것을 기억한다.


이런 와중에 현 대통령의 스승이자 현역신부인 송기인이 수장을 맡고 있다는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올해의 사업예산을 대폭 늘리고 인력도 더 늘려야겠다는 계획서를 발표했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어 청년 실업률이 20%나 된다는데 ‘건설적인 일자리’를 늘릴 생각은 하지 않고 이런 ‘과거사 정리’에나 매달리는 현정부의 일처리 능력이 가관인 것 같다.

일자리야 만들던 말든 통일부 장관을 맡은 지 얼마 안 되는 성공회 신부 출신의 이재정은 여전히 ‘친북스러운’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빨리 당을 완전해체해야만 내년 총선 때 다시 의원 뱃지를 달수 있다는 절박함에서인지 그 당의 대표까지 지낸 정동영마저 탈당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언제는 ‘백년 정당’을 만들었다고 호들갑을 떨더니만....


그야말로 뒤죽박죽 대 혼란의 연속이다. 이러니 눈치 빠른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겠는가! ‘경제’야 ‘정치’가 하자는 대로 하는 갈대와 같은 것 아닌가^^

부동산 문제도 갈수록 태산이다. 국민에게 '세금폭탄'을 투하하겠다는 정부인사의 말이 실현된 형국이다. 비록 50만가구밖에는 괴로움을 겪지 않는다지만 이 '종부세'나 '보유세'문제는 결국은 서민들만 골탕먹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삼성 이건희회장은 급기야 ‘한국 경제 위기론’을 화두로 던지며 ‘대한민국 정신 차려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을 내놨다.

그렇잖아도 이 회장은 ‘한국 정치인은 3류’라는 말을 해 한동안 정부의 ‘눈총’을 받았던 적이 있다. (국민들은 그의 말에 박수를 보냈지만).


이 회장의 이런 말에 샐쭉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하는 말이 가관이다.

“청개구리 신문들이 한 기업회장의 발언을 침소봉대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인식이다.


이렇게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대혼돈을 연출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중증 ‘간성혼수의 나라’인 것 같다.


제발 오로지 ‘대한민국과 국민’만을 위해 진정으로 헌신할 수 있는 '명민한 대의(大醫)'가 나타나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