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구 열우당),,

민주 지도부-공심위 갈등 폭발

goldking57 2008. 3. 20. 00:24
민주 지도부-공심위 갈등 폭발
감정대립 격화일로..절충여부 주목
연합뉴스
끓어오르던 통합민주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간의 갈등이 비등점을 넘어 폭발하고 말았다.

비례대표 추천위원회 구성이 도화선이 됐다. 당 지도부가 19일 오후 최고위를 열어 추천위 명단을 발표하자 공심위측이 즉각 수정을 요구하며 정면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공천에서 배제된 비리전력 인사들을 사전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천위에 포함시킨 것은 공심위 권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게 반발의 요지다.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최고위원을 지칭한 것이다.

공심위의 반발도는 단순한 ‘항의’ 차원을 넘어 ‘파업’에 가까운 수준이다. 공심위는 이날 오후 진행하던 회의를 아예 중단하고 당 지도부가 추천위 명단을 수정할 때까지 심의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박경철 간사는 “공심위에 대한 해고통지서”라며 “그간 참고 인내해왔지만 더 이상의 인내가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밝히고 ‘중대결심’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공심위 회의에서 일부 외부공심위원들은 ‘사퇴’까지 거론하며 격분했고, 화를 삭이기 위해 우황청심환을 돌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양측의 갈등은 비리전력자의 추천위 포함이 표면상의 이유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비례대표 추천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당헌.당규는 추천위원은 최고위 심의를 거쳐 공동대표가 임명토록 돼있다. 따라서 손학규, 박상천 대표가 합의해 추천위원을 임명한다면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다.

그러나 ‘정치적 의미’에서는 추천위 구성의 권한이 반드시 두 대표에게만 귀속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추천위원장은 공심위원장이 겸직토록 하고, 공동대표는 비례대표를 전략 추천할 경우 공심위원장과 합의하도록 당규에 규정돼있다. 이를 두고 공심위측은 추천위 구성과 활동 전반에 걸쳐 두 대표와 공심위원장이 적절한 ‘정치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공심위측은 그동안 추천위 구성을 놓고 현재 공심위의 골격을 확대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요구해왔다. 두 대표가 계파간 ‘지분 나눠먹기’식으로 추천위를 구성하고 비례대표 추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공심위의 ‘월권’이라며 이 같은 요구를 거절해왔다. 지역구 공천에 이어 전국구 공천에까지 박재승 위원장과 공심위측이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을 깔고 있었다. 핵심 당직자는 “박재승 위원장이 초심을 잃고 비례대표 추천에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신청접수가 마감됨에 따라 당헌.당규상의 ‘조문’을 근거로 내세워 추천위 명단발표를 그대로 강행했고, 공심위측은 이를 자신들의 권한에 대한 침해로 간주하고 반발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측의 갈등은 사실 ‘예고된 사건’의 성격이 강하다는게 당 주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동안 비리.부정전력 배제와 전략공천 배분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던 양측의 누적된 감정이 이번 추천위 구성을 계기로 표면화됐다는 분석이다.

이미 갈등의 전조는 전날부터 감지됐다. 전날 공천에서 탈락한 구민주계의 정균환 최고위원이 공심위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재심의결 요건을 공심위원 재적 과반수에서 3분의 2로 강화하는 내용의 당규개정안을 제안하자, 공심위측은 전날 지도부가 결정할 전략공천 지역 가운데 3곳을 일반공천 지역으로 전환시키는 등 서로를 자극해왔다.

양측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며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박경철 간사는 “도저히 넘어서선 안되는 금기를 넘어섰다”며 “수많은 무력화 시도와 음해, 매터도어도 있을 수 있는 일로 참아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당 지도부로부터 공공연히 공심위원 ‘해촉’의 압력이 가해졌다는 후문이다. 박재승 위원장은 비례대표 추천위 명단을 보고받고 “박정희 시절 받았던 압력보다 더 큰 고통을 받았다”고 격노했으며, 이날 저녁 공심위원들과 함께 일제히 퇴근하면서 “내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 내일 정신감정이라도 받아봐야 하겠다”고 격한 속내를 드러냈다.

오해도 작용했다. 공심위는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최고위원이 비례대표 추천위원에 포함된 것이 “두 사람을 구제해주려는 것”이라고 받아들인 반면, 당 지도부는 “비례대표로 공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추천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한 외부 공심위원은 “비리전력자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구제해주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대로 라면 최악의 경우 사퇴까지 감행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심위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규와 양대표, 공심위원장간의 합의정신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며 “지도부를 비방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공심위가 비례대표 후보까지 모두 선정하고 싶었던 것 아니냐”며 “공심위원중에서도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했던 분도 있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당 고위관계자는 “공심위가 11명을 비리전력자로 몰아서 질식사를 시켜놓고 인기를 누렸지만 그 사람들을 끝까지 확인사살하려고 하는 것은 해도 너무하는 것”이라며 “공심위가 마치 독립적인 정치집단, ‘당 위의 당’이나 ‘당 속의 당’처럼 행동하면서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비례대표 추천위원으로 위촉된 김민석 최고위원은 “묵과할 수 없는 인격모독”이라며 “우리가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겠다는 것도 아닌데 당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말라는 것은 지구를 떠나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가르치는 선생이 학생보다 못해서야 되겠느냐”며 공천배제 인사들의 추천위원 자격을 지적했다고 한 공심위원이 전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밤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하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정당은 헌법에 보장돼있는 국민을 위한 조직체인데 자기들 당이라고만 생각하면 안된다. 어떻게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결국 한발씩 물러서는 선에서 타협점을 도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 지도부로서는 쇄신공천의 결과를 뒤집는 것으로 비쳐지는 행보를 고수하기 어렵고, 공심위 역시 본연의 역할을 넘어 지나치게 권한 확대에 집착하는 듯한 모양새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추천위 구성을 놓고 내부 인사를 줄이고 외부 인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일부 비례대표 추천위 명단을 재조정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관련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는 이날 밤 비공개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공심위의 요구에 대한 대응수위가 주목된다.
입력 : 2008.03.19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