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씨 오늘 출마 선언… 혼돈의 대선판도

goldking57 2007. 11. 7. 10:30
이회창씨 오늘 출마 선언… 혼돈의 대선판도
 

● 이명박측 반응 … “설득할 상황 지났다 출마 순간부터 强攻” 


이명박(李明博)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6일 이회창 전 총재 출마에 대해 ‘마지막까지 읍소(泣訴)로 설득한다’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함께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이 전 총재에게) 끝까지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더 이상 설득할 상황은 지났다고 보고 강경 대응 기조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가 자신이 만든 한나라당을 배신했다’는 여론을 형성한 뒤, 출마선언과 동시에 이 전 총재를 집중 공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이 전 총재 면담을 하루 종일 추진했다. 세 곳의 강연이 잇따라 예정돼 있었지만 각 주최 측에 “갑자기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 전 총재의 소재만 파악되면 바로 찾아가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은 오전 회의에서 “이 전 총재 불출마 촉구 결의”를 채택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좌파정권의 종식을 그토록 갈망하던 그 분이 국민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 전 총재의 불출마를) 믿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당에서는 “우리는 믿는다. 법과 원칙대로 살아오신 것처럼 대의(大義)를 선택하실 것임을”이라는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젠 더 이상 힘들겠다”는 분위기가 됐다. 이 후보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래도 아직 끝난 건 아니지 않나. 끝까지 두고 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캠프는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부터는 강공(强攻)에 나서기로 했다. ▲대선잔금 유용 의혹 ▲탈당의 부도덕성 ▲보수 진영 분열의 책임 ▲정계은퇴선언 번복의 부당성 등이 공격의 핵심 포인트이다. 이 후보의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박희태 의원은 이날 “대선잔금을 (대선이 끝난 뒤) 1년 넘게 누가 어떻게 관리를 했고, 그것을 왜 거기에 숨겨놓았느냐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날 아침 전략회의에서는 이 전 총재를 ‘무소속’ 후보로 놓고 여론조사를 할 경우에는 지지율이 14% 이하로 떨어진다는 자체 분석 결과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측은 7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다시 한 번 이 전 총재의 ‘마지막 재고(再考)’를 요구하고, 그럼에도 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오후 4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놓았다. 당(黨) 차원의 공식적인 ‘공격개시’ 결정을 하려는 것이다. 이 전 총재를 공격하는 한편으로 최근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문제로 이 후보 측과 날이 서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하는 것도 이 후보 측의 시급한 과제이다.


 


● 박근혜측 반응…  “왜 이 지경까지…”  李후보측에 ‘화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6일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이 전 총재에 대해 묻자 “일이 생기면 말씀 드릴게요”라면서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지금까지 언급이 없는 것은 자신의 입장이 전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이미 박 전 대표는 깨끗한 경선 승복으로 이명박 후보가 당의 적법한 후보임을 인정했고, 본인 스스로 당원 자격으로 정권 교체에 노력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뭘 더 말해야 하느냐”고 했다.


박 전 대표측 의원들은 이날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이 후보 측이 이 전 총재의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다”며 주로 이 후보측을 비판하는 분위기였다. 한 측근 의원은 “얼마 전만 해도 이 전 총재가 출마 결심을 완전히 굳힌 것도 아니었는데, 이 후보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읍소하면서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운운해 결국 일을 그르쳤다”고 했다. 그는 “이 전 총재 입장에서도 여기서 그만두면 마치 자기가 잘못한 게 있어서 출마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텐데, 어떻게 후퇴할 수 있었겠느냐”며 “결국 이 후보측에서 이 전 총재의 등만 떠민 셈”이라고 했다.


다른 측근은 “이 전 총재가 비록 대선 출마를 고려했더라도 막상 여건이 안 되면 나올 생각을 접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후보 측이 패자인 박 전 대표를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당을 분열시키는 바람에 생긴 틈새를 이 전 총재가 노리고 결심하게 된 것 아니겠느냐. 이 후보 측에서 많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일부는 “잘못은 이 후보 측이 했는데 마치 박 전 대표 측이 이 전 총재를 부추긴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정말 불쾌하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근들 중 지난 대선에서 이 전 총재를 도왔던 일부 인사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이 전 총재의 출마 기자회견을 본 것도 아닌데,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 “별로 할 말이 없다. 묻지 말아달라”는 반응이었다.



● 범여권 반응…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일”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대선 출마 소식에 범여권은 6일 일제히 이 전 총재를 공격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전 총재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싸잡아 부패·비리 후보로 낙인찍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공식 논평은 자제했지만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국민 심판을 받고 은퇴한 정치인이 탈당해 출마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0년 전 퇴출시켰던 부패세력이 다시 발호하고 있지만 12월 19일 구세력을 꼭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해찬 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워크숍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어처구니없는 경선 불복”이라며 “이 후보는 비리와 불법으로, 이 전 총재는 경선 불복으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김근태 선대위원장은 “정치가 코미디화하고 있다”고 했고, 김효석 원내대표는 “’차떼기’ 부패 원조가 판이 흔들리는 틈을 타 출마한다”고 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부패·비리의 이명박 후보에 이어 차떼기 상징인 이 전 총재까지 등장한 것은 참 서글픈 일”이라고 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 전 총재는 차떼기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받겠다는 점을 밝힌 후 출마하라”고 했고, 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이 전 총재는 헌정(憲政) 사상 최대 정치 부패사건의 당사자”라고 했다.


그러나 범여권 내부에선 우려와 동요 기미도 적잖다. 이해찬·김근태 위원장은 “국민 지지가 우리 쪽으로 냉큼 넘어오지 않고 있다” “암담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한 신당 의원은 “이 전 총재와 가까운 충청권 의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최기복 대전서을·남호 유성 지역위원장은 이날 “이 전 총재에 힘을 보태겠다”며 탈당했고, 이병령 전 유성구청장도 지난 1일 신당을 탈당했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6일 오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나라당 양성평등 실천다짐 한마당 행사에 부인 김윤옥 여사와 나란히 참석했다. /이덕훈 기자
입력 : 2007.11.07 00:31 / 수정 : 2007.11.07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