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0월 8일 오후 7시 서울 논현동에서 한 여성이 콜서비스 차량에서 내려 미용실로 들어가고 있다. (photo 조영회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
“당신을 공주같이 모시겠습니다” “25시간 대한민국 어디라도 달려갑니다” “출발 15분 전에 전화주세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영업용 차량이 아닌 자가용으로 불법영업을 하는 ‘콜(Call)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일종의 콜택시 개념이다. 차량은 주로 3000cc 이상의 대형 세단으로, 수입차도 있다. 주요 고객은 룸살롱 같은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주로 출퇴근용 차량으로 이용된다. 한데 이 서비스는 차량 이동뿐 아니라 은행 송금, 물건 교환과 수리 같은 온갖 심부름까지 제공한다. 때문에 콜서비스를 하는 차량이자 운전사를 칭하는 ‘콜’은 룸살롱 종사자 사이에서 개인 운전사이자 비서, 로드 매니저, 가사도우미, 보디가드 등 ‘만능해결사’로 통한다.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지만 서울과 그 인근 지역에만 최소 3000~4000대가 운행할 것이라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말이다.
지난 10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서울 강남 일대에서 콜서비스를 하는 사람들과 룸살롱 종사자들을 만나 콜서비스에 대해 듣고, 직접 콜서비스를 이용하며 현장 취재했다. 택시기사 출신으로, 6년째 콜로 일하고 있다는 30대 중반 남성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오늘처럼 룸살롱이 문을 닫는 일요일이나 월요일 오전엔 손님이 뜸하다. 그래도 지방에 가거나 친구 만나는 일로 콜을 부르는 손님이 있어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택시를 몰다가 친구 소개로 이 일을 시작한 지 6년쯤 됐다. 하루 손님이 25~30명이던 초창기엔 평균 한 달에 400만원씩 벌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 손님이 15명이 안 될 때도 많다. 차량 렌털비, 기름값과 휴대폰 비용을 제하면 한 달에 300만원 벌기도 쉽지 않다.
콜이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콜들 간 경쟁도 심해졌다. 우리끼리 “논현동, 역삼동, 신사동 일대에서 움직이는 콜 차량만 3000대는 될 것”이라고 한다.
요금은 ‘집에서 미장원’ ‘미장원에서 가게’처럼 한 번 차량을 이용할 때마다 1만원이다. 강남 안에서 이동할 경우다. ‘옥수동 집에서 논현동 가게’처럼 다리를 한 번 건널 경우엔 2만원으로 요금이 오른다. 하지만 요즘 같이 손님 한 명이 아쉬울 때엔, 만원짜리 달랑 한 장을 줘도 싫은 내색 않고 받는다.
예전엔 2만~3만원을 얹어주는 ‘사이즈 큰(씀씀이가 큰)’ 손님을 하루에 두세 명씩 만났다. 한데 요즘은 그런 손님을 만나기 힘들다. 교통 혼잡으로 복잡한 오후 출근 시간에만 우리를 부르고, 새벽 퇴근 시간 때엔 안 부르는 손님이 제일 얄밉다. 저녁엔 30분 운전해서 1만원을 벌지만, 새벽엔 5분 단위로 1만원을 벌 수 있어서다. 이런 얌체 손님이 다음번에 콜을 부르면 일부러 “좀 늦습니다” 하고 차를 늦게 보내준다.
손님들이 타고 다니던 고급 외제 승용차를 팔고 우리 콜을 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속도다. 아무리 차가 막혀도 우리가 운전대를 잡으면 강남 안에서 어디든 15~20분 안에 주파한다. 강남의 골목길을 다 꿰고 있어서다. 일을 시작한 뒤 3~4개월은 길을 익히느라 고생했는데 지금은 작은 규모의 빌라나 미용실, 사우나, 렌털숍(옷 빌려주는 숍)의 위치까지 다 안다. 우리끼리 ‘숨쉬는 내비게이터’라고 한다. 초짜들에겐 고참이 무전기나 휴대전화로 지름길을 알려준다.
룸살롱 영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6~9시가 제일 정신없다. 이때는 술집 여성이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돈이다. 지름길을 찾아서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가야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고, 손님도 만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