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6.22 23:23
- 지난주 화요일 모(某)외국대사 관저에서 부부파티가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 대사들, 정치인, 학자 등 약 10쌍이 초청을 받았지요.
참석자들끼리 모두 아는 사이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다가, 한 여교수가 양복 깃에 의원 배지가 달린 신사를 발견했습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지, 아니면 ‘발견’의 기쁨 때문이었는지, 여교수는 반색을 하고 신사에게 “어느 당(黨)입니까?”라고 묻더라는 거죠.
신사는 선뜻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지요. 그러니 여교수의 호기심이 어떠했을까요. 학문의 자세란 마음에 남아있는 한 점 의혹도 풀려는 것. 여교수는 다시 물었습니다. 이제 답변을 안 하면 실례가 될지 모르니, 신사는 “열린우리당”이라고 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여기서 멈췄더라면 좋았을걸. 하지만 알려는 욕구는 멈추지 않았던 것이지요. 여교수는 “그 당에 남아 계시는 분이세요? 나가신 분이세요?”라고 물었지요. 순간 참석자들이 몰려들어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렇게 웃는 이들도 지금 열린우리당에 누가 남아있고 누가 떠나갔는지 정확하게 알리 없었을 겁니다.
장마철이 시작됐고, 집안에서 혹 심심풀이할 게 없다면, 현 정권이 출범했을 당시 ‘100년 정당’인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대면서 “현재 당에 남아있을까? 떠났을까?”라는 퀴즈를 해볼 수는 있겠지요. 너무 난이도가 높은 문제입니다. 심지어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자신의 지역구 의원으로만 한정해도 헷갈릴 게 틀림없습니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뽑은 금배지 의원을 잘 간수해야 합니다.
여하튼 여교수의 추가질문을 받은 이 신사분은 또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현재 남아있어요”라고 답변했지요. 이 대목에서 주위 사람들이 일제히 “아니, 아직까지 거기에 남아있다는 말입니까. 빨리 나오셔야지”라고 합창했다는 겁니다. 이는 그날 참석자에게 들은 얘기입니다.
요즘 청와대 쪽을 보면, 중국 송(宋)나라 때 저술된 ‘통감절요’(通鑑節要)의 이런 구절이 떠오릅니다.
“재주를 지녀 악을 행하는 소인은 악 또한 지극하지 않음이 없다. 어리석은 자는 비록 좋지 않은 짓을 하려고 해도 지혜가 따라가지 못하고 힘이 미치지 못한다. 마치 강아지가 사람을 물려고 덤비는 것과 같아 사람이 이를 제지할 수가 있다. 그러나 소인은 그 지혜가 너무 간교하고, 그 무모함이 너무 사납다. 이는 호랑이에게 날개가 달린 것과 같다. 그 해로움이 어찌 많지 않겠는가.(挾才以爲惡者, 惡亦無不至矣. 愚者, 雖欲爲不善 智不能周 亦不能勝. 譬之, 乳狗搏人 人得以制之. 小人 智足以遂姦 勇足以決其暴. 是 虎而翼者也 其爲害 豈不多哉)”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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