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구 열우당),,

'사생결단' 나서는 DJ의 훈수정치 끝은 어디인가

goldking57 2007. 6. 10. 15:47
  • '사생결단' 나서는 DJ의 훈수정치 끝은 어디인가
  • 작년 10월 ‘무호남 무국가’ 첫 발언 후 수위 점점 높여
    YS “부정한 것 많아 정권 교체되면 죽는 줄 알아” 비판
    <이 글은 Weekly chosun 195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정장열 차장대우 jrchung@chosun.com
    입력 : 2007.06.08 14:54 / 수정 : 2007.06.10 09:13
    • 지난 5월 29일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 (photo 국회 사진기자단)
    •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는 6월 1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7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번 행사는 “역대 6·15 기념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2000년 6·15 공동선언 당시 총리였던 이한동씨와 전직 장관 30여명이 기념행사위원회까지 구성해 준비해 왔다. 퓨전국악 연주, 비보이 공연 등의 기념공연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주최 국제학술회의 참가자의 기념연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 등으로 꾸며질 이번 기념식에는 약 700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작년 6주년 기념식에는 350명 정도가 참석했다.

      이번 6·15 기념행사는 범여권 통합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여권 인사들의 전망이다. 범여권의 대선주자를 비롯,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 등이 총출동할 이 기념식에서 DJ는 남북평화 유지를 명분으로 삼아 범여권의 대통합을 다시 한 번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해온 ‘훈수정치’의 클라이맥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이 기념식 다음날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의 탈당이 예고돼 있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덕규·문학진 의원 등 탈당파 의원은 열린우리당 현 지도부의 통합추진 비상대권이 종료된 직후인 6월 15일 탈당을 결행하겠다고 밝혔다. DJ가 재촉해온 범여권 통합을 추진할 대통합신당창당추진위원회를 발족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명박·박근혜의 가장 큰 적수는 DJ”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DJ는 이번 대선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정치 불개입’을 강조하던 전직 대통령이 지금은 여권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사생결단을 해서라도 (범여권이)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2007년 대선을 겨냥한 DJ의 정치 발언은 작년 10월경부터 시작돼 계속 수위가 높아져 왔다. 그 전까지만 해도 DJ는 정치 불개입 원칙을 천명하며 정치 현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2005년 9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개관식에 참석했을 때는 “나는 정치에서 손을 뗐다. 지금은 여러분의 시대”라고 말했다. 작년 8월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도쿄 피랍 생환 33주년’ 축하모임에서도 “내 자신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DJ의 정치 발언은 작년 10월 29일 목포 방문이 출발점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시 DJ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해 ‘무호남 무국가(無湖南 無國家)’라는 글을 남겨 “지역주의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DJ가 전남 도청 방명록에 남긴 ‘무호남 무국가’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만약 호남이 없었으면 곧바로 나라는 없어졌을 것)’가 정확한 표현으로,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선 최후의 보루였던 호남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었다. 하지만 DJ는 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지역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말을 남김으로써 전통적인 호남표의 복원을 노린, 나름의 정치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DJ의 정치 발언은 이후 점차 농도가 짙어졌다. 지난해 11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는 “지도자는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가를 생각하고,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12월 민주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고는 “민주당이 갈라선 것은 큰 불행이었다. 이제 다시 결심할 때가 왔다. 국민이 뭘 바라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모두 전통적 지지층의 뜻을 좇아 범여권 통합을 하라는 주문이었다.

    • DJ는 올해 들어서는 본격적인 ‘훈수 정치’에 나섰다. 지난 1월 2일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고, 1월 4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는 “(결국은) 양당 대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은 양당을 (선택)했는데 정치인들이 멋대로 갈라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말 CBS TV 개국 5주년 특별대담에서는 ‘후보 단일화’라는 말을 꺼내며 범여권에 구체적 전략까지 제시했다. “연석회의 등의 방식으로 후보를 단일화해 연합방식으로 대통령선거를 치른 뒤 단일 정당을 만드는 ‘선 후보단일화·후 통합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4월 4일 박상천 신임 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이번에는 정 안 되면 (범여권이) 후보 연합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J는 독일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5월 19일  후부터는 작심한 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5월 25일 김혁규 의원의 방문을 받고는 “국민은 여야 일대일 대결을 바라고 있고,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양당 체제가 성립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고, 5월 26일 정동영 전 의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는 ‘사생결단’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범여통합을 주문했다.

      “통합 문제가 지지부진해 답답하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이미 지방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쪽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만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면 누군가 한 사람이 나타나 정국을 리드하거나 사생결단을 해서라도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단일 정당을 구성해야 한다. 안 되면 연합체라도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행동해야 한다.” DJ는 “국민의 관심은 여권이 단일화를 해내느냐, 못 해내느냐에 있다”며 “그것(한나라당 후보들의 독주)은 쏠림 현상도 아니다. 상대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5월 28일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의 예방을 받고 “이번 대선에서 잘못하면 내년 총선에서도 심판받는다”고 훈수한 DJ는 5월 29일 박상천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선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DJ의 훈수 정치에 대해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은 “DJ가 연일 태상왕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이 지금 완전히 발악을 하고 있다” “정권을 이제 빼앗기면, 정권교체가 되면 자기(DJ)가 죽는 줄 안다. 하도 부정한 게 많아서”라고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했다.

      어떻든 DJ의 ‘훈수정치’ 논란에서 가장 궁금한 대목은 DJ가 왜 정치 불개입 원칙을 깨고 비판을 자초하면서까지 대선에 깊숙이 개입하느냐는 대목이다. 자신의 ‘햇볕정책’을 계승시키려는 목적에서 DJ가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지만 요즘 나오는 발언의 내용과 강도를 감안하면 그런 수준을 넘어 좀더 복잡한 계산과 다급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DJ 정치 개입 발언


      ▶“민주당이 갈라선 것은 큰 불행이었다. 이제 다시 결심할 때가 왔다. 국민이 뭘 바라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작년 12월 민주당 지도부 예방 자리에서)

      ▶“(결국은) 양당 대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은 양당을 (선택)했는데 정치인들이 멋대로 갈라놓았다.”(1월 4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연석회의 등의 방식으로 후보를 단일화해 연합 방식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른 뒤 단일 정당을 만드는 ‘선 후보단일화·후 통합방식’이 바람직하다.”
      (3월 말 CBS TV 개국 5주년 특별대담에서)

      ▶“이번에는 정 안 되면 (범여권이) 후보 연합이라도 해야 한다.”(4월 4일 박상천 신임 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국민은 여야 일대일 대결을 바라고 있고,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양당 체제가 성립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5월 25일 김혁규 의원 방문 자리에서)

      ▶“그것(한나라당 후보들의 독주)은 쏠림 현상도 아니다. 상대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 “단일 정당을 구성해야 한다. 안 되면 연합체라도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행동해야 한다.”(5월 26일 정동영 전 의장 방문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서 잘못하면 내년 총선에서도 심판받는다.”(5월 28일 김한길 대표 방문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후보 단일화는 틀림없이 하라. 범여권은 빨리 단일 대오를 이뤄 한나라당을 공격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5월 29일 박상천 대표 방문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