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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석 · 주필
여하튼 고의적(故意的) 지각생 이회창의 등장으로 12월 19일 대선의 메이저리그 멤버가 확정됐다. 여론 지지도 순(順)으로 이명박·이회창·정동영이다. 근처 마이너리그 구장(球場)에선 문국현·권영길·이인제·심대평이 몸을 풀고 있다. 그러나 남은 40일 동안 지지도 추이가 오르락내리락을 거듭하더라도 메이저 리그 멤버가 마이너리그로 방출되거나, 마이너리그 멤버가 메이저리그로 끼어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두 리그 모두에 속하지 않은 구장 밖 박근혜의 향배가 관심사다. 박의 진로(進路)는 메이저리그의 순위를 현재 상태로 고정시키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박이 자신의 영향력으로 이명박·이회창의 순위 변경을 시도할 때의 파급효과는 미지수다. 박의 지지자들이 이명박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고 이회창 쪽으로 이동할 경우 정동영 당선의 위험성도 어느 정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박의 등 뒤에 서려 있는 정치적 위광(威光)은 깔끔한 경선 승복의 효과다. 차기(次期)를 노리는 박의 디딤돌이자 최대 자산이다. 웬만큼 큰 고수익(高收益)이 보장된다 해도 박이 자신의 정치적 최대 자산을 날릴 수 있는 고위험(高危險) 도박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박의 영향력은 대권과 당권 모두에 대한 집착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명박에게 당권 포기를 압박하는 데는 더없이 효과적인 무기다. 이런 압박 행동이 박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박의 정치적 투자 방향은 ‘고위험·고수익’의 ‘이회창 증권’보다는 ‘저(低)위험 중(中)수익’의 ‘이명박 채권’ 쪽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회창의 메이저리그 순위 뒤집기는 자력(自力)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지지도는 이명박 37.9%, 이회창 24%, 정동영 13.9%다. 이회창의 당면 목표는 이명박의 지지도 7% 가량을 떼내와 호각지세(互角之勢)의 모양을 갖추는 것이다. BBK와 부동산 의혹·대북정책을 타깃으로 한 대(對)이명박 공세강화가 예상된다. 이 와중에 이회창 역시 배신자·차떼기·은퇴 약속 번복이란 이명박 측의 역공(逆攻)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이회창이 지지를 확산하려면 보수의 오른쪽에 치우친 지지층을 중도 쪽으로 넓혀 가야 한다. 그러나 영토 확장을 위해 중도 쪽으로 이동하면 할수록 현재 지지층의 충성심과 결속력도 약화될 것이다. 이회창의 딜레마다.
추가 변수가 등장할 수도 있다. 하나는 이달 중순 귀국할 BBK 주범 김경준 증언의 폭발력이다. 폭발력이 예상 밖으로 크면 관망층과 이명박 지지층에 동요가 일어난다. 이명박이 ‘투자 등급(等級)’에서 ‘투기 등급’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묶여 있던 박근혜의 선택도 자유로워진다. 이회창의 기대는 이 대목에 모아져 있다. 다른 하나는 될 사람 쪽으로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는 보수 유권자의 몰아주기 심리다. 범여권 단일화가 성사돼 문국현(6.9%) 이인제(2.0%) 지지층이 정동영 지지로 결집할 경우 보수 유권자의 몰아주기 심리가 표면화될 확률도 커진다.
이대로 가면 이번 대선의 당선권은 87년 노태우와 3김 대결 때의 노태우(36.6%), 92년 김영삼·김대중·정주영 경합 때의 김영삼(41.9%), 97년 김대중·이회창·이인제 3자 대결 때의 김대중(40.3%)의 득표율보다 낮은 선에서 결정될 것이다.
오는 12월 19일 자정에서 20일 새벽 사이 승자와 패자의 운명은 갈린다. 이회창의 막판 등장으로 승자를 점치기는 힘들게 됐다. 그래서 패자들의 운명이 더 흥미로운지 모른다. 패자로서도 정치적 생존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은 정동영이다.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곤 빚밖에 없다는 점이 정상 참작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이회창 가운데 ‘누가 혹은 함께’ 패자가 되든 패자는 죽음을 면할 수 없다. 그 많던 국민의 유산을 탕진해 버린 탕아(蕩兒)로 낙인찍힐 것이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한 사람에겐 ‘정치적 사망’이 다른 한 사람에겐 ‘인격적 사망’이 선고되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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