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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먼저 주는쪽이 받는다

goldking57 2009. 2. 3. 13:11

이명박·박근혜, 먼저 주는쪽이 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한나라당 중진 23명과 함께한 청와대 오찬에서 "금년 말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 국민에게 희망의 싹을 보여줄 수 있는지 우리가 무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2월 국회 운영에서 당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날 문을 연 임시국회엔 미디어법안, 장관 인사청문회, 용산 참사 등 쟁점 현안이 20여건 쌓여 있다.

오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쟁점 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정부가 바라보는 쟁점 법안에 대한 관점과 야당과 국민이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여야간 법안 싸움이 한창이던 1월 초 "한나라당 법안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줬다"며 오히려 한나라당을 비판했었다. 그 자세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은 지난 주말 TV 토론에서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알려진 만큼 서먹하지 않다"고 했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이뤄진 이날 만남에선 박 전 대표의 57회 생일을 축하하는 생일 축가도 울려 퍼졌지만 참석자들은 두 사람 사이가 서먹서먹한 정도를 넘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 박 전 대표가 이런 자세를 보이는 한 60명을 넘는다는 여당 내 친박(親朴) 의원들이 이번 국회에서도 쟁점 법안 처리를 팔짱을 낀 채 남의 일 보듯 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차를 헛바퀴를 돌리며 맞게 될 공산이 크다.

여권 수뇌부 갈등의 피해는 일차적으로 대통령에게, 다음으론 박 전 대표에게 그리고 최종적으론 국민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한쪽 바퀴가 빠진 수레처럼 이끌게 돼서는 될 일이 없다. 차기를 노린다는 박 전 대표지만 한나라당의 실패가 처참하면 처참할수록 그의 기회도 사라진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지금 박 전 대표에게 정치 비평가 같은 모습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영향력에 비례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처신을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도 100년 만에 덮쳤다는 위기 극복에 박 전 대표의 동참과 협조를 이끌어내려면 그를 당내 위상에 걸맞게 대우할 필요가 있다. 이날 오찬만 해도 청와대는 박 전 대표측에 달랑 팩시밀리 한 장을 보내 초청했다가 "전화 한통이라도 걸어 초대하는 게 예의 아니냐"는 반발을 샀다. 오찬 형식도 박 전 대표는 중진 23명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재작년 11월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대표를 "주요 국정 현안을 협의하는 소중한 동반자"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바로 이튿날 "이회창씨의 대선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고 비판하며 이 대통령의 동반자론에 화답했다. 이명박·박근혜 관계도 얻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입력 : 2009.02.02 22:02 / 수정 : 2009.02.02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