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08.04.10 01:43 / 수정 : 2008.04.1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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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총선 최대의 승자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였다. 박 전 대표는 당내 공천 갈등 이후 "나도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 17일 동안 칩거했다. 그러나 앉아서도 천리 밖 선거 판세를 뒤흔들 만큼의 파워를 과시했다.
정당 사상 유례없이 특정인을 지지하는 정당이름(친박연대)이 등장했고, 아무 관계도 없던 한나라당·무소속 후보들이 앞다퉈 박 전 대표 사진을 플래카드에 내걸며 유권자들의 친박 정서에 호소했다. 박 전 대표가 팽(烹)당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면서, '친박이냐 아니냐'가 선택의 기준이 됐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곳곳에서 고전했고, 이는 선거결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본인이 88.5%의 지지로 4선 고지에 오른 것은 이미 예측했던 바였지만, 당내에서 30여명, 당 밖에서 20명이 넘는 '친박' 후보들이 당선한 것은 기대를 넘어서는 결과였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저녁 자신의 대구 달성군 선거 사무소에서 일찌감치 당선이 확정된 뒤 꽃다발을 목에 걸고 즐거워 하고 있다. 이재우기자 j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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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는 이날 친박 후보들의 복당에 대해서는 "나중에 하자"고 하면서도 "그분들이 많이 고생했다. 당선을 축하 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정치행보를 이들과 같이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인데,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겨우 넘은 상황에서 50여명의 지지 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마음만 먹으면 정계개편 수준의 파괴력을 보일 수도 있다.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경우, 한나라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박 전 대표에 대한 의존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총선에서는 박근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정치판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인으로의 지위를 굳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곧바로 대표경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이번 총선결과만 보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공천 잘못의 결과가 이번 총선 결과로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박 전 대표가 공천갈등과 관련, '당을 바로잡겠다'고 했던 말을 잘 새겨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번 총선기간 동안 한 계파의 수장으로 비치는 부담을 감수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3김 시대 이후 계보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이번 총선에서 '친박' 계보가 되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당 지도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원유세를 하지 않음으로써 힘겹게 선거를 치렀던 후보들의 불만도 다독거려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친박' 성향 당선자들의 복당(復黨)을 놓고 당의 주류세력과 첫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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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달성에 출마해 90% 가까운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된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사무실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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