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님의 Super리더십

'총선 태풍의 핵' 박근혜의 선택 뭘까

goldking57 2008. 3. 16. 01:05
"가슴 찢어져… 밥맛이 돌멩이 씹는 것 같다"
●'총선 태풍의 핵' 박근혜의 선택 뭘까
①탈당뒤 신당 창단 명분 약해 실행 힘들 듯
②공천반납 등 투쟁 시기적으로는 너무 늦어
③당 지원활동 중단 현실적으로 가능성 높아
④부분적 유세 지원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윤정호 기자 jhyo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14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 앞에서 만난 한 부산지역 낙천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떻게 한대요?"라고 물었다.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그는 전날 '친박'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포함해 영남권 '친박' 인사들이 대거 탈락한 것에 반발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떠나, 바람을 일으켜주기만 기대하고 있었다. 당내 공천갈등이 총선 판도를 흔드는 변수가 될지 여부는 이처럼 박 전 대표 한 사람의 거취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이런 관심 속에 이날 "이번 공천은 분명히 잘못된 공천이다. 사적(私的) 감정을 갖고 표적공천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정현 전 캠프대변인이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전날 공천결과를 보고 받은 뒤 "어떻게 된 일이냐" "알았다"고만 한 뒤 침묵했었다. 하루 만에 이번 공천의 성격을 '보복'이라고 규정 지은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낙천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위로한 데 이어, 영남지역 낙천자들과 만찬도 같이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가슴이 찢어진다. 다 잘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공천이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문제 제기를 하겠다", "사람이 힘들 때 밥맛이 돌멩이를 씹는 것 같다. 여러분도 그러지 않으냐"고 말했다고 한다.
공천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박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함부로 예측하거나 추측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잘못된 공천' 발언도 딱히 대응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낙천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전 대표가 공천 결과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세 가지 정도가 꼽힌다. 탈당 뒤 신당 창당, 공천반납 및 재심요구 등 당내 투쟁, 잔류하면서 당 지원활동 중단 등이다.

탈당은 경선 당시 선거대책위 고문을 맡았던 서청원 전 의원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위원장들이 '탈당해라'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박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일부 낙천자들도 이번 공천은 '박근혜 죽이기'라고 하면서 박 전 대표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표가 14일 밤 서울 강남의 모 음식점에서 자파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승용차를 타고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하고 있다. 왼쪽은 앞자리에 앉은 수행비서관. /연합뉴스
그러나 탈당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게 주변 측근들의 말이다. 낙천한 한 핵심측근도 "대표가 우리와 같은 (무소속 출마의) 길은 가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내용적으로는 '친박' 핵심 대학살이지만, 국민들 눈에는 저쪽이나 우리나 비슷하게 보일 것"이라며 "명분이 약해 크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천한 유기준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살아서 돌아와달라'고 위로했다"고 말했는데, 측근들의 무소속 출마에 정당성을 부여하겠다는 취지이나, '돌아와달라'고 한 것은 자신은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공천반납과 재심 요구 등은 거의 탈당에 준한 것인데,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대신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아, 비주류로서 비판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공천을 받은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공멸(共滅)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박 전 대표가 잘못된 공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측근인사들은 "당에 남되, 총선 지원유세를 거부하는 식으로 당내 투쟁을 벌여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박 전 대표가 일정기간 선거지원 활동 거부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뒤 선거 막판 부분적인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