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전문가들 '주목해야 할 발레리나'로 꼽아
"복제한 듯한 춤 아닌 얼마나 개성적이냐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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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1.24 00:05 / 수정 : 2008.01.24 05:05
- '2007년 가장 인상적인 무용수' '주목해야 할 발레리나'….
한국 발레리나가 연말 연초 미국 평단으로부터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국 최고의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서 군무진(코르 드 발레)으로 활동 중인 서희(22)다. 서희는 권위 있는 미국 무용잡지 '포인트(Point)' 1월호에 '2007년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용수'로 소개됐다. 모두 세 명을 뽑았는데 나머지 두 명은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 무용수 알렉산드라 안사넬리, 이탈리아 라스칼라발레단의 수석 로베르토 볼레 등 스타들이다. 또 다른 월간지 '타임아웃(Time Out)'은 지난 12월호에 '주목해야 할 발레리나'로 딱 한 명을 호명했는데 역시 서희였다.
"굉장히 좋아요. 유명한 무용수들 이름 옆에 내가 있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소감치고는 건조하다. "ABT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무대를 밝히며 관객의 눈길을 잡아당긴 건 파랑새 역할을 한 서희였다"(잡지 '포인트')는 평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ABT 연말 공연 '호두까기 인형'에 대해 "이날 무대의 진짜 이야기(real story)는 눈의 여왕을 맡은 서희였다. 섬세한 표정 연기와 함께 편안하고 자유로우면서 확신에 차 있었다"고 썼다.
서희는 오는 29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케네디 센터 개막 공연에도 파랑새로 춤을 춘다. 눈의 여왕이나 파랑새 모두 솔리스트(주역 아래 등급)용 배역이다. 2004년 ABT에 입단한 이 발레리나는 솔리스트로의 승급에 대해 "그 날이 금방 오지 않을까요? 자신있어요"라고 했다. "발레단 건물 앞에 헬스클럽이 있는데, 밤 늦게까지 운동하는 사람들로 꽉꽉 차요. 느슨해질 땐 그것만 봐도 자극이 됩니다."
- 공중으로 날아오른 발레리나 서희. 그는“요즘엔 뭔가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 선화예중 재학 중 미국 워싱턴 키로프(현재 유니버설)발레학교로 유학 간 서희는 2003년 스위스 로잔콩쿠르에서 입상한 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거쳐 ABT에 둥지를 틀었다. 러시아 발레가 '포 드 브라(팔 움직임)', 시선, 손끝 같은 상체를 중시한다면 독일은 빠른 스텝 등 하체 움직임을 강조하는데, ABT는 완전히 달랐단다.
"무용수들을 그냥 내버려둬요. 처음엔 불안하고 싫었는데 그게 ABT의 스타일 같아요. 사람 몸이 다 똑같진 않잖아요. 복제한 것 같은 춤은 여기서 살아남기 어려워요. 얼마나 개성적이냐가 중요합니다."
'ABT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원들은 연습량이 많다. 그들에게 콩쿠르 입상은 흔한 이력이다. 서희는 "한국이라면 쉽게 손에 넣었을 것들을 노력하고 투쟁해서 얻고 있다"며 "그것마저 즐기면서, 내가 아닌 관객을 위해 춤추고 싶다"고 말했다.
스물두 살, 발레와 산 지 10년째다. 서희는 "앞으로 10년은 꽃을 피워야죠"라며 15~16세 때 키로프발레학교에서의 일화를 들려줬다. 마음 먹은 대로 춤이 안 나오면 울어버리곤 했는데, 늘 다독여주시던 선생님이 하루는 연습실 밖으로 그를 쫓아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단다.
"발레리나는 한 송이 꽃과 같다. 꽃은 피어나기 전 꽃망울일 때도 아름답다. 넌 당장 활짝 피고 싶겠지만 난 지금의 네가 아름답다."
발레 무용수 등급 Q&A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 그랑 쉬제(grand sujet), 에투왈…. 발레 무용수의 등급과 관련된 용어는 어렵다. 등급, 승급과 관련된 궁금증을 Q&A로 풀어본다.
Q1. 발레 용어에 왜 프랑스어가 많나?
발레는 16세기 말 이탈리아 왕실에서 태어났지만, 우리가 아는 형태의 발레가 만들어진 건 프랑스 루이14세(1638~1715) 때였다. 전문학교 등의 발레 시스템을 만든 나라도 프랑스다.
Q2. 발레단 등급 체계도 나라마다 다른가?
유럽식은 세분화돼 있고 미국식은 단순하다. ABT의 경우 3등급 체계인데 단원 81명 중 수석 무용수가 16명, 솔리스트 12명, 코르 드 발레 53명이다. 180여명으로 구성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에투왈(18명)부터 맨 아래 견습생까지 6등급 체계다.
Q3. 승급은 어떻게 이뤄지나.
일정 기간을 채운다고 승급하지는 않는다. 기량으로 판단한다. ABT 등 대부분의 발레단에 승급 시험은 따로 없다. 어느 날 깜짝쇼 형식으로 승급을 발표한다. 그러나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경우 해마다 승급 시험이 있다.
Q4. 코르 드 발레의 수준도 주역만큼 중요한가?
코르 드 발레를 직역하면 '발레의 몸통'이다. 발레단의 수준을 파악하려면 코르 드 발레를 보라는 말도 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군무진 중에서도 중견은 발레단의 '등뼈'와 같다"고 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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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에 소속된 발레리나 서희씨는 어디에 있는냐보다 무대에 자주 오를수있는 곳이냐가 더중요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장래에는 그냥발레리나보다 예술인이 경지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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