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한나라 마지막 정책토론회 '난타전'
goldking57
2007. 6. 28. 23:50
입력 : 2007.06.28 17:30 / 수정 : 2007.06.28 19:10
- 김남권 기자 = 한나라당 대선후보 5명은 28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4번째이자 마지막인 종합토론회에서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당내 경선의 중반 기선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이명박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사항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나머지 후보들의 집중적인 공략이 이어졌고, 이에 맞서 이 후보도 종전과 달리 강한 톤으로 응수하고 나서 토론회는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 ▲ 28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 4차 토론회에서 참석 후보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
- 토론회 분위기가 가열되자 초반에는 잘 지켜지는 듯했던 청중들의 ‘박수금지’는 시간이 갈수록 유명무실해 졌고, 이 과정에서 사회자가 굳은 표정으로 “제 말씀이 들리지 않으십니까. 박수는 삼가주시고 진지하게 경청해달라”고 수 차례 경고까지 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한편 대선주자들은 본격 토론에 앞서 캄보디아 항공기 추락사고로 숨진 KBS 조종옥 기자를 비롯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시간도 가졌다.
=‘추격 3인방’ 李-朴에 집중포화=
0...원희룡, 홍준표, 고진화 후보는 이전 3차례의 토론회보다 강도를 높여 ‘빅 2’ 공격에 주력했다. 이-박 후보 역시 기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역공을 펼치면서 토론열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원 후보는 기조연설에서 “본선은 안중에도 없는 흠집내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박 후보를 직격했고, 홍 후보는 그래픽까지 동원해 “이명박 후보는 검증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고, 박 전 대표는 이념 문제로 지지도가 고착되고 있다”고 가세했다. 고 의원은 “과거와 미래의 싸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에서도 고 후보는 박 후보의 이념성향과 ‘줄푸세’ 공약을 비판한 뒤 박 전 대표가 “고 후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줄푸세’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격하자 “‘줄푸세’를 따를 일은 꿈에도 없다. 개발시대 패러다임은 구시대의 막차”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 후보에게도 “대운하 공약은 버려야 할 국가경영 모델에 기초한다.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 후보는 “열린우리당 후보가 질문하는 것 같다. 부정적 생각으로는 아무 것도 되는 게 없다”고 반박했다.
홍 후보는 이 후보를 상대로 “30년간 기업하셨던 분이 도덕적 기준에 맞춰서 사셨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물류개선을 위해서는 경부선 복층화가 대운하보다 훨씬 낫다”고 공세를 펼쳤고, 박 후보를 상대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 향수층인 ‘시멘트표’ 21~25%를 갖고 있지만 외연확대가 잘 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봤느냐. 30%가 넘었고 계속 오르는 것이 외연확대의 증거”라며 “국민은 무엇이 민주이고 반민주인가를 정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원 후보는 “이 후보는 상류층이 부동산과 학벌을 대물림하는 현실과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고민도 없다”며 이명박 후보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재를 비판했고, 박 후보를 겨냥해서는 박 후보가 내세우는 대처리즘이 실패로 끝난 실험이었음을 부각시켰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과거 위장전입 문제 등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지만 당시로는 남으로부터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험한 세상을 살면서 나름대로 도덕적 기준을 지키면서 살아왔다”고 반박했다.
공방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은 상대가 질문을 장황하게 해 정작 답변 내지 반박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질문을 좀 짧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질문자들은 “답변은 이따가 추가질문 시간에 해달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홍 후보는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에 맹공을 가하다가 이 후보가 “지난 2005년 주간지 인터뷰에서는 대운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놓고 지금 와서는 왜 말이 달라졌느냐”고 의표를 찌르자, “그 때 아마 서울시장 나가려고 인터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약 그 얘기를 했다면 (이) 시장한테 잘 보이려고 그렇게 말했겠죠”라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강대표, “8월말 국보급 경선 만들겠다”=
0...토론회 앞서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는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을 통해 토론회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강 대표는 범여권의 신당 창당과 관련, “탈당파들이 새로 만드는 정당은 신당이 아니라 황당하고 부당한 천부당만부당”이라고 비꼬고 “대통령이 선거법은 지키지 않고 힘 있고 공권력이 있음에도 거꾸로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한다. 이는 바지 하나 때문에 500억원 소송한 미국 판사와 똑같다”고 꼬집었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해서 앞으로 한나라당 문호를 확실히 개방하겠다”면서 “8월말에는 진심으로 소주잔을 부딪치는 국보급 경선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이 걱정하는 뜻은 잘 알 것이다. 여기에 있는 후보들 중에는 다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나라에는 다음이 없다”며 후보간 단합을 통한 정권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나라당은 박계동 전략기획본부장이 대독한 ‘공작정치 저지 결의문’을 통해 “2002년 대선에서 총풍, 병풍, 세풍, 안풍 등 온갖 흑색 허위사실로 재미를 본 노 정권은 이번에도 공작정치를 반전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면서 “노 정부는 공무원까지 범법자로 만드는 공작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DR, 朴캠프 인사들과 동석=
0...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어느 캠프에도 가지 않고) 당분간 중립적 위치에서 완충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던 5선 중진의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이날 토론회장에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김 의원이 앉은 위치. 김 의원은 홍사덕, 안병훈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김무성 조직총괄본부장, 유정복 비서실장 등 박근혜 캠프 인사들만이 앉아있는 줄 맨 끝에 자리했다.
이 때문에 토론장 주변에서는 “김 의원이 자신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 ▲ 이명박, 박근혜 등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정책 비전대회에서 강재섭 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선주자 홍보영상 ‘버전업’=
0...마지막 토론회의 중요성을 감안한 듯 5명의 대선주자는 모두 기존의 홍보영상을 새롭게 꾸며 선을 보였다. 앞서 3번의 토론회에서 드러난 캠프 안팎의 평가를 바탕으로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을 살리는 식으로 홍보영상을 버전업한 것.
이명박 후보의 경우, 기존의 동영상이 ‘일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감안, 현대건설 CEO나 서울시장 재임시 업적 등을 담은 화면을 배경으로 처리해 ‘일’을 연상시키도록 콘텐츠를 강화했다.
박근혜 후보는 기존 동영상에 정작 본인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는 주위의 지적을 의식한 듯 퍼스트 레이디 대행 시절부터 야당 대표시절까지의 활동상을 적극 반영한 영상으로 단장했다.
나머지 후보들도 홍보 동영상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해 새로운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했다.
- =대국민 ’7개 약속’ 선포=
0...토론회를 마친 뒤 강 대표와 김 원내대표, 5명의 경선 후보들은 각각 국민에 대한 약속을 발표했다.
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어린이와 함께 단상에 마련된 전자스크린에 자신의 손바닥 도장을 찍고 서명한 뒤 각각 ’서민경제를 살려 위대한 중산층의 시대를 만들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핵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주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어 단상에 오른 후보들도 ▲신 성장동력을 확보해 미래의 일자리 300만개를 만들겠다(홍 의원) ▲뒤처지는 아동 없는 교육을 만들겠다(박 전 대표) ▲사회의 소외된 약자들과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이 전 시장) ▲국민이 아프고 힘든 곳에 찾아가 봉사하는 정부를 만들겠다(원 의원) ▲동서 화합, 남북 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의원)고 각각 약속했다.
=“내가 차세대 지도자”...마무리 발언
0...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등 5명의 후보들은 2분간의 마무리 발언에서 저마다 선진국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돌이켜 보면 제 인생이 드라마에 나올 정도로 그렇게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삶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서 “그것은 창조적 도전과 긍정의 힘이란 두 가지가 개인과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길이 끝나는 곳에는 늘 새로운 길이 열리며 나는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살았다”면서 “확실히 일하면서 경제를 살리고 복지도, 국방도 살려 놓겠다”고 다짐했다.
박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마음을 안다. 10년을 참고 기다려왔다”면서 “경선이 끝나면 모든 후보들은 뭉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힘을 합쳐 세 번째 도전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신뢰와 원칙의 인생을 살았으며 우리 대한민국이 잘되고, 국민이 잘 살고, 한나라당이 잘되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게 없다”면서 “대한민국을 세계 속에 우뚝 세우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원 의원은 “이제 8월 경선까지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며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한나라당은 줄 세우고 표 단속하는 구태 세력 경쟁에서 변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고 의원은 “거품 대세론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세상이 새로운 인물을 원하고 있다”면서 “평화의 제도화와 한민족의 창의력을 통해 미래로 이끄는 인물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매년 7%씩 성장해도 계층 갈등만 증폭된다면 선진국이 된들 나라 전체는 부자가 되지 않는다”면서 “성장 만능이 아니라 갈라 먹는 성장, 이념논쟁이 없는 안정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