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정치인들

"국민은 못살겠다 아우성인데 문제없다는 정부 환장할 노릇"

goldking57 2011. 4. 6. 12:54

김무성 한나라 원내대표
李대통령 일 잘한다지만 시중에선 전부 욕한다
나도 비겁한 놈 중 하나지만 신공항 결정을 못하고 주물럭거리다 이게 뭐냐
의욕 없는 오래된 장관들, 재·보선 끝나면 교체해야

"총제적인 위기예요. 이대로 가면 총선·대선 다 집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심각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큰 위기가 엄습해 오고 있다. 정권에 대한 신뢰의 위기, 국책사업으로 인한 갈등의 위기가 왔다"고 말했다. '큰 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정부는) 수출 잘 되고 (경제) 수치가 좋다고 하는데, 민심은 자꾸만 떨어져 나가니 허파가 뒤집어질 일"이라고 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월세와 물가 상승, 구제역, 동남권 신공항 사태 등으로 인한 여권의 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무엇이 제일 큰 문제인가.

"경제가 모든 문제의 4분의 3이다. 전·월세 대란에 대해 정부는 '특정 지역의 일시적 현상이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보고하더라. (정부가) 숫자의 마술을 부린다. 전·월세는 주로 수도권 일인데 전국 평균을 내서 가져오더라. 전셋값이 심한 곳은 50%가 오르고 다들 아우성인데 정부는 '전에 떨어졌던 값이 원상회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가을에도, 이번 봄에도 그렇게 얘기하더라."

―물가문제도 심각한데….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보면 물가 오를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배추 파동도 얼마든지 예견 가능했다. 정부가 사전에 이해를 구하고 호소했으면 국민들이 현 정부의 무능이라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예방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게 이 정부의 무능이다. 힘든 사람들은 서민과 젊은 사람들이다. 선거 앞두고 정권을 원망하지 않겠느냐."

―정부에선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이것도 '숫자의 마술'인가.

"경제가 나빠지는데 반도체, 삼성전자 특수효과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수출은 잘 되지만 내수는 안 좋고 자영업은 어렵다. 종합적으로 수치가 좋다고만 할 게 아니라 내수 부양 등 대국민 서비스를 했어야 했다. 국민들은 힘든데 정부가 자꾸 경제 좋다고 자랑하니까 괴리감이 더 컸을 것이다. 환장할 노릇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보나.

"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수출은 늘어도 종업원 수는 줄고, 전세는 월세로 바뀌고 있다. 양극화 문제가 생기고 중간층에 구멍이 나는데 정부는 문제 해결에 매우 게으르다."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종합적으로 해결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 잘한다고, 지지율이 높다고 하지만 시중에선 전부 욕한다. 국민들은 권력이 좀 솔직해지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화 상대가 되길 바란다. 그런데 일방적이다. 비판하려고 하면 '너희가 몰라서 그렇다. 잘 되고 있다'는 식으로 무시한다. 국민들 불만이 3년째 쌓여 왔다."

―신뢰의 위기는 뭔가.

"구제역 문제 처리 실패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과거 영국에선 구제역 파동을 제대로 수습 못해 정권이 바뀌어 대처 전 총리 체제가 들어섰다. 구제역 사태가 현 정부의 무능으로 이어졌다. 한·EU FTA 협정문 번역 오류도 기가 막힌다."

―최근 신공항 문제도 위기를 부추겼다고 보나.

"신공항 결정을 못하고 주물럭거리고 있다가 이게 뭐냐. 불이 막 붙었을 때 껐어야지, 불이 완전히 번지고 나서 끄려니 수습이 힘들었던 거다. 1년 전에 결정했다면 대구부산의 골이 이렇게 깊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영남) 지역에 가면 '정권 바꿔버린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나도 철저히 비겁한 놈 중 하나다. 이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땐 김해공항 확장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역 언론이 날 공격하니까 초지일관하지 못했다."

―정부나 청와대는 위기감을 느끼나.

"느끼는 강도가 우리와 다르다. 매주 말 지역구에 가면 동네 식당, 세탁소, 재래시장 등이 모두 '장사 안 된다'고 한다. 의원들은 매주 초 우거지상이 돼 국회로 돌아온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에선 위기감 대신 (경제)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진언한 적 있나.

"그건 묻지 말라. 대통령과의 대화는 보안을 지켜야지. 나보고 '청와대에 바른 소리 할 줄 알았는데, 자꾸 청와대 보호만 한다'고 한다. 그런 불만을 알지만 나까지 나서면 당 꼴이 뭐가 되겠나. 책임 공방하면 끝이 없다. 지금 오래된 장관들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재·보선 끝나면 이들은 교체해야 한다. 오래 하면 머리가 안 돌아간다. 의욕 안 보이고 큰 사고 없이 시간만 때우려고 한다."

―이런 위기가 내년 총선과 대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특히 수도권은 위기감 크다. 총선에서 당선될 서울 의원은 10명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오는데, 정말 현실화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30~40%인데, 대선에서 질 수 있다는 건가.

"갈등 수습이 잘 안 되면 여권 내부 분열이 올 수 있고, 그러면 어려워진다. 우파가 단결해야 한다. 잘못된 공천으로 분열되면 필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