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지방선거

이명박·손학규·이회창·박근혜가 주는 혼란

goldking57 2008. 4. 4. 15:59
이명박·손학규·이회창·박근혜가 주는 혼란
입력 : 2008.04.03 22:30
참 희한한 선거다. 18대 총선에 나선 정파를 대표하는 얼굴들이 민노당 계열을 빼고 나면 모조리 한나라당 출신들이다. 기호 1번 통합민주당손학규 대표, 기호 2번 한나라당의 이명박 대통령, 기호 3번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그리고 왼손으론 친박연대, 오른손으론 친박 무소속을 거느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그들이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의 최대 경쟁 정당인 민주당을 이끌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동지에서 적으로, 민주당 입장에선 적에서 동지로 바뀐 셈이다. 그 손 대표는 민주당에 대해 "과거 좌파정권에서 벗어나 성장과 정의를 동시에 실현하는 새로운 진보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게 내가 할 일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노선을 반 발짝쯤 오른쪽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헷갈릴 만하다. 한나라당 서울시장을 지낸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 대표의 차이가 무엇이고 유권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두 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박근혜 전 대표의 차이는 또 무엇이며, 어떤 기준으로 이들 가운데 한쪽 노선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상황은 더욱 난감하다. 한국정치가 어쩌다 이런 뒤죽박죽의 지경이 돼 버린 것일까.

진보정당이라는 민노당도 총선을 앞두고 민노당과 진보신당으로 나뉘었다. 무슨 이유에서 이리 찢기고 무슨 명분으로 저리 찢겼는지 모를 정치적 분열은 비전과 정책이 실종된 선거를 불렀다. 수도권에 출마한 후보들은 한나라당, 민주당, 무소속 할 것 없이 모조리 당선되면 뉴타운을 건설하겠다고 말한다. 정동영도 뉴타운을 말하고 정몽준도 뉴타운을 약속한다. 그게 그나마 유권자들의 귀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재료라고 이들 모두 믿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정책이 사라진 선거에서 들리는 건 지역개발 공약과 감정을 자극하는 언사뿐이다. 이명박 손학규 이회창 박근혜에 대한 정서적인 호불호(好不好)가 판세를 좌우하는 선거가 돼 버렸다. '속았다' '눈물 닦고 밥이나 먹어라' 같은 신파조(新派調)의 청승스러운 선거광고들이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무슨 의사 표시를 할 것인가를 모두 한 번쯤 생각하고 투표장에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