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주자들
심상정 "진보의 새 길 열겠다"
goldking57
2008. 2. 5. 08:22

입력 : 2008.02.05 02:22 / 수정 : 2008.02.05 04:01
- 심상정(沈相?)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4일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대선 참패조차 부정되는 당 대회를 보면서 당의 혁신을 기대한 모든 국민과 서민 대중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할 때는 90도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전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 등 자신이 내놓은 혁신안이 부결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다.
심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보낸 최후통첩을 겸허하게 받아 안아, 믿음직한 진보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라는 기대와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며,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NL)를 비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이란 말만 나오면 실제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경계를 넘어선 일탈(逸脫) 행위라도 용인해야 하고, 당원의 신상정보와 내부기밀을 외부세력(북한)에 넘기고 지시를 받아 활동해도 잘못을 물을 수 없다는 역설을 목도해야 했다"고 했다.
-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과 비대위원들이 4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혁신안 부결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 심 대표는 "대선 때도 '코리아연방공화국' 등 슬로건이 언론에 부각되면서 민생정당으로서의 가치와 의지가 국민에게 전달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자주파의 이른바 북한 추종노선인 '종북(從北)주의'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3일 전당대회가 당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거취를 고민해보겠다"고 했지만 당 안팎에선 탈당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심 대표의 사퇴는 그가 속한 평등파(PD) 내부에선 집단 탈당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민노당 홈페이지에는 탈당 의사를 밝히는 글이 줄을 이었고 중앙당에는 탈당 절차를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졌다. 서울 서대문, 용산, 마포, 은평 지역에서는 100여명의 당원들이 집단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고 강원도 동해와 경기도 의정부는 아예 지역위원회 해산을 결의하기로 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도 5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 탈당은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탈당한 조승수 전 의원과 김형탁 전 대변인 등이 이미 조직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심 대표는 이날 "혁신안은 부결됐지만 우리가 갈 길은 더 또렷해졌다" "국민과 약속한 대로 믿음직한 진보정치의 새 길을 열겠다"고 하는 등 신당 합류를 시사했다. "심 대표의 혁신안이 부결된다면 내가 서있는 자리는 다른 곳이 될 것"이라고 했던 노회찬 의원도 신당 동참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박용진 전 대변인 등 평등파 소속의 서울 지역위원장 등 20여명도 동참할 태세다. 심 의원이나 노 의원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된다.
-
- 4일 민노당 비대위 심상정대표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임시 당대회에서 '혁신안' 부결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들과 함께 사퇴를 표명했다. /이진한 기자
|